“순천향의대 여동창회 창립모임” 을 마치고..
나의 오십 인생에서, 늦은 개업 만큼이나 놀랍고도 특별한 일이 2012년 3월의 어느 이른 봄날에 일어났다.
동창회 부회장의 소임으로, 여동창회 창립모임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어떻게? ~ 만난지 2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세월 동안, 잠깐 잠깐 그들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나의 바쁘고 여유없는 일상으로 밀려나, 아마도 내 생을 다 마칠때까지 그들과의 만남은 불가능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내 두뇌 어딘가에 잠재의식처럼 깔려 있었던 것 같은데.... 또한 어떤 모임을 통해서 그들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그렇게 세월에 떠밀려 왔었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뒤엉키는 동안에도, 나는 무언가의 첫 번째 액션을 시작해야만 했다. 난생 처음 주도하는 모임을 만들기 위해~
하지만 주소록 속의 낯익은 이름들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이미 시공간을 초월하여 순식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20여년 전 옛날의 어느 날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외롭고 낯설었던 신창 시골 캠퍼스와 기숙사 생활, 매년 봄 캠퍼스 내에 활짝 핀 아름다운 벚꽃을 만끽하며 꼭 봄을 느껴봐야지 하고 수없이 다짐 했지만, 매번 힘든 시험을 치루는 동안에 내린 봄비와 함께 허무하게도 모두 떨어져, 바닥에 눈처럼 깔려있었던 그 때의 무심했던 꽃잎들..., 해부학 교실을 드나들때 온 몸으로 맞았던 신창 들판의 매서운 바람, 그 뒤로 이어진 천안과 서울로 나눠진 본과 생활, 또 인턴, 레지던트 생활, 나의 힘들었던 그리고 치열했던 젊음으로...
그들 익숙한 이름들은 희미하게 바랬던 오래된 기억들의 파편들을 씨줄과 날실처럼 엮여서, 나의 과거 그대로 선명하게 다시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침내 모임을 알리기 위한 전화 신호음이 전해지는 잠깐동안,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약간의 긴장감마저 감돌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동문님들의 목소리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 마치 어제까지 만났던 친구처럼 익숙함과 다정함, 거기에 적당한 세월의 연륜까지 전해져 왔다.
그리고 마침내 D-day!~
토요일 오후, 모임시간이 되자 마침내 그 반가운 얼굴들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내었다. 첫 역사적인 대면은 역시 녹록치 않은 세월의 공백 때문에 순간의 낯설음이 잠깐 있었다. 하지만 20여년의 세월이 녹아 낯설게 변한 현재의 모습들은 옛날의 익숙했던 모습과 순식간에 혼합, 융화, 재구성 되어, 마침내 현재의 변화된 모습을 오랬동안 봐 왔던것처럼 우리의 눈이 금방 익숙해졌다. 우리는 서로 누가 먼저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짧은 탄성을 지르고, 반갑고, 뜨겁게 손을 부여잡고, 참으로 반가운 조우를 서로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 반가움과 흥분된 만남들...
거기에 있던 우리 모두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우린, 우리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고, 격려와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진정 소중한 이들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을.... 또 이런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줄 어떤 것을 만들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젊은 시절 함께 했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엮어주고, 또한 이것이 이제 막 의사가 되어 설레어 있는 새내기 후배들과도 공감하며 이어질 수 있는, 우리들만의 만남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일 년에 두 번씩 이나 만나자고 냉큼 약속하고, 회장 등을 비롯한 임원진들도 모두 구성하여, 마침내 역사적인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여동창회 창립 모임’을 순식간에 만들어 버렸다. 거기에 모인 우리 모두, 언제부터인가 이런 모임을 열렬히 갈망하여, 오랫동안 준비하여 왔던 이들처럼....
그렇게 한편의 역사는 한 순간에 완성되었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또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 갔다. 함께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며, 남편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는 그런 소중한 만남을 이어가기를 꿈꾸면서....
2012년 4월 25일
의대동창회 여부회장
현대의학연구소 원장 김연선(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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